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Can't Fear Your Own World (문단 편집) ==# 3권 #== > '''그래서 인간은 그 발걸음에 특별한 이름을 붙인 거야.''' >---- >[[아이젠 소스케]] [[우부기누 히코네]]는 자기에게 자아라는 것이 생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보통의 [[사신(블리치)|사신]]이나 인간 같이 갓난아기 시절의 기억이 없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라는 혼백은 여러 존재의 파편이 몇 겹으로 이어져서 만들어진 일그러진 존재였다. 혼백 안에는 수 천 년 전의 [[호로(블리치)|호로]]부터 죽은 지 얼마 안된 [[퀸시(블리치)|퀸시]], 현세에서 회수된 태아의 혼백까지 거의 모든 영혼들이 '''『[[영왕]]의 파편』'''을 중심으로 뭉쳐있었다. 본래라면 바로 조각조각나서 형태를 잃어버려야 했지만 지금까지 츠나야시로 가문이 수집해온 '''『[[영왕]]의 파편』'''에 의해 기적적으로 하나의 인격을 가진 혼백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는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의식이 깨어난 순간은 기억하고 있지만, 본인의 자아는 그보다 훨씬 예전부터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면 그건 정말 착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는 영자로 분해되기 전의 혼백을 그대로 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어진 존재였다. 원래 존재의 찌꺼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소 영향을 주고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수십, 수백개의 서로 다른 자신이 뒤얶인 감각. 그것은 집합체이기 때문에 허무함에 가깝다는 혼돈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 안에 떠오르고 사라지는 여러 감정. 한 영혼의 조각은 살육을 즐겨하고, 어떤 조각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부정한다. 어떤 영혼은 사악함이야 말로 인간의 본질이라고 호도하며 어떤 영혼은 선함이야 말로 인간의 형태라고 주장한다. 각각의이성과 기억 등이 멀리 사라져가고 있으나, 혼백에 새겨진 '''『정체성』'''의 차이가 뒤엉키면서 때로는 거부반응을 일으키면서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의 영혼을 찢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라는 개체는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라는 존재가 내리는 명령에 안도감을 느낀다. 계속 방황하는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에게 명확한 '''『올바름』'''을 제시하며 머릿속에서 뒤엉키는 혼백의 찌꺼기를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가 자신의 의지로 생각하는 것은, '''『좋은 왕이 되자』'''라는 것 뿐이었다.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다던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를 위해, 백성에게 사랑받는 왕이 되자. 왕이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살육이나 폭력도 필요하다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에게 배웠고 그것도 납득했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서서히 '''『히코네다움』'''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의 운명을 갈라놓는 일이 되었지만.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에게 복종하는 지금의 [[우부기누 히코네|히코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였다. 지금은, 아직. 제19장 > '''당신은 아직 별을 본 적이 없을 뿐이에요'''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의 본성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아내는 충격을 받지도, 실망하지도 않고 그저 작은 아이를 타이르는 듯이 말했다. 계산적이거나 상급귀족에게 아첨하는 거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순박하고 자애로운 목소리였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도저히 그걸 받아드릴 수 없었다. 마치 자기보다도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는 입장으로 굴러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분가의 말단이었던 [[츠나야시로 토키나다]]가 카쿄라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것은 본가로부터의 지시였다. 츠나야시로 가문이 우연히 발견한 어떤 소양을 혼백 깊숙이 숨긴 여자. [[사신(블리치)|사신]]이 되기 위해 [[진앙영술원]] 입시를 보러왔을 때 츠나야시로 가문의 '''『감시자』'''들의 눈에 포착되었던 것이었다. 당시 츠나야시로 가문은 그 '''『소양』'''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여러 실험을 통해 착취한 끝에 '''『소양』'''이라 불리는 '''『파편』'''을 꺼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소양』'''을 가진 사람이 아이를 낳을 경우, 그 '''『소양』'''은 완전히 유전되면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옅어질 것인가, 유전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낳듯이 증가할 것인가. '''『소양』'''을 츠나야시로 가문에 가져오는 것은 그들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 소양을 가진 여자가 그들이 빈민이라 멸시하고 [[루콘가]] 출신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츠나야시로 가문의 중진들은 분가 말단 서열에게 이 일을 맡겨 시험해보고자 했다. 같은 츠나야시로 가문 안에서도, 아니, 4대 귀족을 이끄는 존재이자 세상 모든 것을 신분으로 판단하는 츠나야시로 가문이기에 가문 안에서의 서열히 명확히 존재하고 있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본가로부터의 지시대로 우연을 가장하여 그 여자에게 접근했다. 본가의 지시가 결혼까지 좌우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것보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무력한 이 여자가 행복의 절정에서 나락 저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순간의 표정을 보고싶었다. 그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되었을 때, '''너 따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너는 츠나야시로 가문의 실험체로서 선정되었을 뿐이다'''라고 진실을 밝혀버린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가련한 어린 양 같은 이 여자에게 기학적인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위선과 자신의 신분을 무기로 삼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로잡았다, 라고 생각했다. 혼례를 올린 그 날 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모든 것을 밝혔다. > '''지금 결혼을 파기하면 너 뿐만 아니라 너의 출신지인 루콘가의 주민들도 적당한 핑계로 처벌 당할 것이다. 네가 그토록 이야기하던 카나메라는 친구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꺼다.''' 라고 말했다. 대체 얼마나 재미난 절망의 표정을 지을까 하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 소망은 곧장 배신당했다. 카쿄라는 이름의 여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난 뒤에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와 결혼을 했노라고 말했다. 아니면, 거절을 하는 즉시 고향에 남겨진 친구까지 화가 미치리라고 추측했을 수도 있다. 이제 와서 그녀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이유던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가 망설임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사신(블리치)|사신]]으로서의 힘도 기르기 시작했다. 장래 석관 진입은 문제없다고 회자될 정도였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와 [[진앙영술원]] 동기였던 [[우키타케 쥬시로|우키타케]]와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도 그녀의 실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모든 걸 빼앗긴다. 나라는 존재가 침식당한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이런 초조함마저 느꼈지만, 본가는 카쿄를 죽이는 것도, 연을 끊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본가에게 있어서 카쿄는 귀중한 실험체이자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그 해석을 위해 준비된 실험도구에 지나지 않았기에. 하지만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에게 있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츠나야시로 가문의 계획을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고 있던 평민 출신 [[사신(블리치)|사신]]이었다. 카쿄와도 친구로 지내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츠나야시로 가문에서 카쿄를 구해내려고 했던 그는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를 야심한 밤에 불러내어 진실을 캐물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망설임 없이 진실을 말했다. 자신이 카쿄를 털 끝만큼도 사랑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가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척하는 건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의 본성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라고 생각한 사람이 그저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자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싶었다. 그리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의 바람대로 그는 절망한 듯한 얼굴을 하고, '''『벗으로서, 네놈을 베겠다.』''' 고 말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미소를 띄우며 참백도를 빼들었다. 둘의 실력은 백중지세인지라 누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맞부딪히는 칼날이, 수 차례 오갔을까. 둘 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가 밤 중에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 것을 걱정이라도 한걸까. 남편을 찾아 밖으로 나온 카쿄가 칼부림을 하는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카쿄는 서로를 죽이려는 두 사람을 갈라선 채 서로의 검을 막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자기에게 등을 보인 순간을 노려 카쿄의 몸을 그대로 상대에게 밀쳐냈다. 부상당한 상태였던 [[사신(블리치)|사신]]은 피할 겨를도 없이 카쿄와 함께 뒤엉키며 비틀거렸다. 그리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망설임 없이 카쿄의 몸과 함께 그대로 사신을 베어버렸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흥분해있었다. 엷게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는 하나 위선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아내에게 절망을 선사했다. 자, 울어나, 분노하라, 절망하라. 마지막으로 그 목숨을 불태우려거든 네녀석이 가지고 있는 [[청충|『청충』]]을 나에게 겨눠봐라. 스스로의 무름을 저주하면서 나에게 살의를 드러내라! 죽어가는 벌레를 다시 짓밟는 아이 같은 눈으로 죽어가는 카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죽어가면서도 엷게 웃으며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눈으로 마지막 말을 짜냈다. > '''죄송합니다......''' > '''저는......당신의 구름을 지워드리지 못했네요......''' 그대로 카쿄는 눈을 감았다. 두 구의 시체를 앞에 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잠시 멍하게 서있다가 후들후들 몸을 떨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구하려고 한 아내를 죽인 후회가 아니라 '''순수한 분노'''를 느꼈다. > '''네년은......마지막까지, 마지막까지 나를 내려다보고 동정하는 것이냐!''' > '''......내가 별을 본 적이 없다고?''' > '''내 구름을 지워주지 못했다고?''' > '''바보같은 소리,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라 카쿄!''' > '''나는 처음부터 구름 위에 서 있었다! 아니, 내가 바로 구름이다!''' > '''틀린 건 너다!''' > '''별이, 이 세상이 아름답다니......착각도 아주 유분수지!''' > '''어둠 속에서 앞다투어 빛나려고 하는 별들의 가혹함에 대해 어째서 깨닫지 못하는가?''' > '''올바르다면 그걸로 됐다소 생각한 결과가 고작 이 꼴이더냐!''' 아내가 아니라 이미 숨이 끊어진 친구의 몸을 발로 차며 소리치던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어깨를 크게 흔들며 호흡을 가다듬고 얼굴에서 분노의 표정을 지웠다. > '''유감이구나, 카쿄''' > '''네게에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더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 '''평화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은 아주 올바르지만, 소용없는 소원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 '''너를 사악함으로 물들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때는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주었을 것을''' > '''......아아, 그런 뜻에선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다시 엷은 웃음을 띄우는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의 말이 카쿄의 귀에 들렸을지......카쿄가 숨을 거둔 지금, 그 대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곧이어 츠나야시로 가문에서 사람이 찾아와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를 본가로 데려갔다. > '''루콘가 출신 빈민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을 뿐입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가문의 힐문에 대해 깨끗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본가의 사람들은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에게 '''『무능』'''하다고 낙인을 찍으면서도 떨떠름하게 그것을 납득했다. 그들도 귀족으로서 빈민을 아내로 들이는 것은 굴욕이라고 판단하는 부류였던 것이었다.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한 가지 거짓말을 했다. 아주 큰 거짓말을. 그에게 있어서 [[루콘가]] 출신 사람들을 상대하는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4대귀족이든 평민이든, 심지어는 자기 부모이든 모두 하나같이 인생을 즐기기 위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하급귀족도 중급귀족도 모두 빈민이라 취급하는 급의 집안에,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자랐지만, 그런 일족 중에서도 손에 꼽는 악랄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아내가 벗이었던 남자와 부정을 저지르고, 그 현장을 목격했다''' > '''분노한 남자가 카쿄를 베어 죽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반격했다''' 집안에서 죄인이 나오는 걸 원치 않았던 츠나야시로 가문이 뒤를 봐주고,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아주 태연작약하게 대답했다. 4대귀족인 츠나야시로 가문의 사람이 그렇게 대답하자 재판조차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약간 상황이 달랐다. 그의 기만행각을 파헤지고 작은 증거를 들이대는 남자가 나타났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증거나 증언은 간단히 묵살될 터였으나, 그 남자가 발언력이 있는 상급귀족의 차남이라는 사실이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쿄라쿠 슌스이]]''' [[쿄라쿠 슌스이|슌스이]]가 없었더라면 [[츠나야시로 토키나다]]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궁전 앞''' '''『공중누각』''' 아래에 도착한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는 우선 그 거대함에 다시 한 번 가늘게 떴다. > '''곤란하구만. 아무리 장소가 규곡이라고는 해도 이런 걸 아무도 모르게 건설하다니, 4대귀족님은 막나가시는구만''' > '''사람을 고용해서 건설했다고는 보기 어렵군. 하늘에 떠있는 건 영왕궁과 같은 원리인거 같고''' > '''저건 은닉기술 아니었나.....?''' [[시호인 요루이치|요루이치]]의 분석에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거대한 공중누각의 바로 아래에 있는 궁전을 바라봤다. 공중누각에 비하면 상식적인 크기의 건물이었지만 그래도 [[정령정]] 1번대 대사보다도 큰 사이즈인 건물을 보며 쿄라쿠는 조용히 영압을 가다듬었다. 그 궁전 안에서 익숙한 영압이 느껴졌다. > '''숨을 생각도 없다, 이건가. 맞이할 준비는 충분히 되었다는 뜻이겠구만'''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는 그대로 자기가 선두에 서며 문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던 중, 슬쩍 [[자라키 켄파치|켄파치]] 쪽을 보며 말했다. > '''미안하구만 자라키 대장. 결국 활극처럼 될 거 같긴 하지만, 처음에는 나한테 이야기를 하게 해주지 않겠나?''' > '''아아? 어쨌던 베어버리는 거면 대화 따위 시간낭비잖아''' > '''그렇기는 한데, 순서라는게 필요하단 말이지. 갑가지 이쪽에서 베어버리겠다고 달려들면 그거야 말로 반역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소울 소사이어티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수 있어''' 그러자 [[자라키 켄파치|켄파치]]가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뻔한 소리 하지 말라고. 내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걸 신경쓰지 않는 걸 아니까 여기에 부른거잖아. 소울 소사이어티가 적이라고? 아주 훌륭하구만. 아무 문제없어''' > '''그래도 말이야, 당신에게 대장 하오리를 입힌 것도 4대귀족님을 상대할 생각으로 한거야. 같은 4대귀족이라도 요루이치를 상대하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신경쓰지는 않지만 말이야.''' > '''신경쓰여지는 건 좀 그렇지만, 그 정도로 똑부러지게 말하는 것도 좀 그렇네''' 놀리는 듯한 말투로 [[시호인 요루이치|요루이치]]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 ''' 뱌쿠야 소년이 없는게 아쉽군. 토키나다 놈을 당당하게 벨 기회가 있으면 녀석에게도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 '''무슨 일이 있었나?''' > '''뭐, 면전에다 대고 녀석의 아내......히사나를 모욕했었어. 뱌쿠야 소년은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속으로는 끓어오르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 > '''......그 담력은 감사하네. 거기서 칼을 뽑았으면 그거야 말로 내전으로 이어졌을거야''' 그 때를 상상하며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는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쿠치키 뱌쿠야]]는 지금 [[정령정]]에 없다. [[쿠로사키 이치고]]가 현세에서 휘말린 문제에 대해 조사 명목으로 10번대 [[히츠가야 토시로|히츠가야]]와 함께 현세로 나가있었다. 어쨋던 이 자리에 부를 생각은 없었지만, [[쿠로사키 이치고]]에게 일어난 문제도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의 책략이라면 [[호정대]]의 전력이 분산된 꼴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들은 중앙 정원의 중심에 도착했다. 궁전의 상층부, 노대에 서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 '''늦었구나, 쿄라쿠''' > '''......토키나다''' > '''이런, 반말인가? 그럼 호정 13대의 총대장이 아니라 과거 영술원에서 함께 지낸 옛 친구로서 나를 보러 온 거라고 봐야 하는가?''' > '''......그렇네''' 도발하는 듯한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의 질문에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는 마음 속을 보이지 않는 쓴 웃음을 지었다. > '''오랜 벗으로서 자네를 말리러 왔네만''' [[쿄라쿠 슌스이|슌스이]]는 이미 [[참백도]]를 뽑아들고 있었다. 이세 가문의 팔경검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두번째 검이 있었던 탓에 '''『화천광골』'''은 보기 드문 이도일대의 [[참백도]]로 알려져 있었다. 기습에 대비하면서 [[쿄라쿠 슌스이|쿄라쿠]]는 하늘에 떠있는 『공중누각』을 슬쩍 보고 물어보았다. > '''일단은 좀 물어볼까? 저런 걸 현세에 전송시켜서 대체 뭘 하려던 겐가?''' > '''아아, 그 정도는 눈치를 채는가. 뻔한 거지. 나의 거짓말을 폭로해서 재판을 열어준 것만큼의 가치는 있어''' > '''결국 제대로 죄를 묻지도 못한 시점에서 내 패배야......후회하고 있다네''' > '''그 분풀이로 어중이 떠중이들을 데리고 혁명 흉내라도 내려고 온건가? 이런이런, 변한 게 없구만. 사려깊은 것처럼 꾸미면서 감정에 휘둘리는 부분은 예전 그대로야. 쿠치키 루키아를 구하기 위해 46실을 거역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4대귀족......아니, 소울 소사이어티의 역사 그 자체를 거역하려고 하니 말이야'''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는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에게, 쿄라쿠는 고개를 저었다. > '''역사를 거역한다? 곤란하구만, 뭘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해석이 되나?''' > '''츠나야시로 가문은 역사를 담당하는 상징이다. 츠나야시로 가문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상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즉, 그 당주인 나에게 거역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대역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 '''그건 자네가 이어가려는 역사에 따라서지. 요루이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네는 정령정 뿐만 아니라 현세와 웨코문도도 지배하려고 한다지 뭔가? 이제와서 그런 걸 해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겐가?''' 그러자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쓱, 웃음기를 거두고 대답했다. > '''지금의 삼계에는......경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 '''경의?''' > '''그래. 현세의 인간들이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밤을 지내고 새벽의 빛을 받을 수 있던건 대체 누구 덕분인가? 웨코문드에 끊임없이 영자의 모래가 떨어지고 있는 건 누구의 덕분인가?''' [[츠나야시로 토키나다|토키나다]]는 주먹에 힘을 넣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얼마 전 전쟁도 마찬가지다. 쿠로사키 이치고의 공적을 알고 있는 건 소울 소사이어티의 사신들 뿐이다. 숫자만 따지면 훨씬 많은 현세의 인간 놈들은 자기들의 세계가 붕괴할 뻔한 사실조차 모르지. 이런게 용납되어도 좋단 말인가?''' 그러자 [[네리엘 투 오델슈방크|네리엘]]이 입을 뗐다. > '''이치고의 일은 알지도 못하면 말하지도 마. 이치고는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 아니야''' > '''이런, 아란칼 아가씨. 본인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걸로 괜찮다는 말인가? 앞으로도 현세의 인간들이 자기들이 『살려지고 있다』라는 은혜를 모른 채로 태평하게 하루하루에 쫓기며 사소한 역경에 푸념을 쏟아내고 타락한 채로 매일을 살아가는게 올바르다고 말하는 건가?''' > '''그렇게 생각하는건 당신 자유야. 하지만 이기적인 논리로 말하는데 이치고를 이용하지마''' 이런 대화를 보고 있던 [[릴토토 램퍼드|릴토토]]가 옆에 있던 [[그림죠 재거잭|그림죠]]에게 물었다. > '''야, 저 아란칼 쿠로사키 이치고 여자친구 같은 거야?''' >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쿠로사키의 짝은 더 얼뜨기 같은 인간 여자다''' [[그림죠 재거잭|그림죠]]의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과거 [[쿠로사키 이치고|이치고]]가 목숨걸고 [[웨코문드]]까지 구하러 온 [[이노우에 오리히메|여자]]였다. 자기 팔을 고쳐준 소녀를 떠올리는 [[그림죠 재거잭|그림죠]]를 두고 내버려두고 [[릴토토 램퍼드|릴토토]]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그렇군, 그 자식, 꽤나 바람둥이잖아''' 19장 끝.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